내가 보니 그들 모두는 고난의 언덕 기슭으로 가고 있었다.
기슭에는 샘이 있었고, 좁은 문으로부터 곧게 뻗은 길 외에 다른 두 길이 있었다.
하나는 언덕 기슭에서 왼쪽으로 굽어져 있었고, 다른 하나는 오른쪽으로 굽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 좁은 길은 곧장 언덕 꼭대기로 뻗쳐 있었다. 그 언덕의 이름은 고난이었다.
크리스천은 샘으로 가서 물을 마시고 새로운 기운을 얻은 후 언덕으로 올라가면서 말했다.
“이 언덕이 비록 높을지라도 나 간절한 마음으로 오르려네
생명에 이르는 길이 여기 있음을 내가 알기에
아무리 어려워도 나 실족하지 않으리라.
자, 용기를 내어 나약해지거나 두려워하지 말자
비록 힘들지라도 옳은 길 가는 것이
멸망으로 인도하는 쉬운 길 가는 것보다 나으리라”
다른 두 사람(형식주의자와 위선자)도 언덕 기슭에 도착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언덕이 가파르고 높은 것을 보고는, 다른 두 길이 크리스천이 가는 길과 언덕 다른 쪽에서 만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이 두 길 중 하나의 이름은 위험이고, 다른 한 길의 이름은 멸망이었다.
위험이라 불리는 길로 간 사람은 곧 울창한 숲을 만나 그 속으로 들어갔고, 멸망의 길로 들어선 사람은 넓은 광야로 들어가 어두운 산들이 엉클어져 있는 곳에서 넘어지고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 크리스천이 언덕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뛰어가다가 걷기 시작하더니 마침내는 두 손과 무릎으로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마침 언덕 꼭대기로 오르는 중간에 언덕 주인이 피곤한 여행자들의 휴식을 위해 만들어 놓은 아담한 정자가 있었다.
크리스천은 정자에 앉아 쉬면서 가슴에서 두루마리를 꺼내어 읽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또한 자신이 십자가 옆에 서 있을 때 받은 겉옷을 쓰다듬으면서 새 힘을 얻었다.
잠시 쉬던 그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이내 깊은 잠에 빠졌다.
밤이 올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물며 자던 크리스천은 손에 잡고 있던 두루마리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자고 있는 그에게 한 사람이 다가와 깨우며 말했다.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 가서 그가 일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
이 소리에 크리스천은 벌떡 일어나 서둘러 언덕 꼭대기까지 단숨에 올라갔다.
크리스천이 언덕 꼭대기에 이르자, 두 사람이 그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한 사람의 이름은 겁쟁이이고, 다른 사람의 이름은 의심이었다.
크리스천 : “선생님들, 왜 이렇게 반대방향으로 뛰어 오십니까?”
겁쟁이 : “우리는 시온성으로 가려고 어려운 길을 올라왔는데, 가면 갈수록 더 큰 위험만 만날 뿐이라 오던 길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의심 : “맞아요. 바로 우리 앞에 사자 두 마리가 길에 누워 있었답니다. 사자들이 잠들어 있는지 깨 있는지 알 수 없었는데, 우리가 가까이 접근하면 우리를 갈기갈기 찢어 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크리스천 : “당신들 말을 들으니 나도 겁이 납니다. 하지만 이제 어디로 도망친들 안전하겠습니까?
만일 내가 고향으로 돌아간다 해도 불과 유황으로 멸망하도록 예정되어있는 그곳에서 타 죽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내가 천성문에 이를 수만 있다면 나는 확실히 그곳에서 안전할 것입니다.
난 위험을 무릎쓰고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되돌아가는 건 죽음일 뿐이요.
앞으로 가다보면 죽음의 공포를 만나겠지만, 그 너머에 영원한 생명이 있습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결국 겁쟁이와 의심은 언덕을 내려갔고, 크리스천은 그의 길을 계속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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