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은 언덕을 올라 해석자의 집에 이르렀다. 문을 거듭 두드린 후에 집주인이 나와 크리스천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크리스천 : “나는 멸망의 도시를 떠나 시온산을 향해 가는 사람입니다.
좁은 문을 지키는 분이 이곳 주인을 찾으면 주인께서 나의 여행길에 도움이 될 훌륭한 것들을 보여주실 거라고 했습니다”
해석자 : “들어오시오. 내가 당신에게 유익한 것들을 보여주겠소”
1) 참 목자상
해석자는 크리스천을 비밀스런 방으로 데리고 갔다.
방문을 열자 크리스천은 아주 신중하게 보이는 사람의 초상화가 벽에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눈은 하늘을 향하고 있었고, 그의 손에는 최고의 책이 들려 있었으며, 그의 입술에는 진리의 법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의 뒤에는 세상이 있었으며, 머리에는 황금면류관을 쓰고, 사람들에게 탄원하듯이 서 있었다.
크리스천 : “이 그림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해석자 : “이 그림의 사람은 천 명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분입니다.
그는 아이를 출산할 수 있고, 해산의 고통을 알고 있고, 그 낳은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분입니다.
보는 바와 같이 눈은 하늘을 향해 올려다보고 있고, 손에는 최고의 책이 있으며, 입술에는 진리의 법이 기록되어 있죠.
이는 그분이 참된 진리를 알고, 죄인들에게 어둠의 일들을 밝히 드러내 보여줌을 의미합니다”
“인간들에게 뭔가 탄원하는 듯이 서 있고, 그분의 뒤로 세상이 펼쳐져 있고, 머리에 금면류관을 쓴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주님께 봉사하려는 결심으로 세상의 것들을 가볍게 보고 무시하고, 다음 세상에서 영광을 받을 것을 확신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해석자 : “내가 이 그림을 첫 번째로 보여준 이유는 이분만이 주께서 인정한 당신의 인도자이며, 당신이 길에서 만날 모든 어려움을 도와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본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잘 기억하십시오!
여행 중에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처럼 가장하나 실은 죽음으로 안내하는 자들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2) 율법과 복음
해석자는 크리스천의 손을 잡고 매우 넓은 거실로 데리고 갔다. 거실은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아 먼지가 쌓여 있었다.
실내를 둘러본 해석자는 하인에게 청소하라고 말했고, 하인이 먼지를 쓸기 시작하자 온통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 질식할 지경이 되었다. 그때 해석자가 곁에 있던 한 처녀에게 물을 가져다 방에 뿌리라고 지시했고 물을 뿌린 후 방을 쓸자 거실이 말끔히 청소되었다.
크리스천 : “이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해석자 : “이 거실은 복음의 은혜로 청결해진 적이 없는 인간의 마음입니다.
먼지는 인간의 원죄와 내적 부패로서 전 인격을 더럽히고 있습니다.
처음에 방을 쓸기 시작한 하인은 율법이고, 물을 가져다 뿌린 처녀는 복음이지요.
당신이 본 바와 같이 처음에 하인이 방을 쓸기 시작하자 먼지가 온통 날려서 방은 깨끗해지기는 커녕 먼지로 인해 당신은 거의 질식할 뻔 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율법이 우리 영혼을 죄에서 깨끗케 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죄를 소생시키고 힘을 얻게 해서 죄를 증가시킬 따름이라는 것입니다.
율법이 죄를 발견하고, 죄를 금하지만, 사람의 마음에서 죄를 뿌리 뽑을 힘은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처녀가 방에 물을 뿌림으로써 방은 기분좋게 깨끗해졌습니다.
이것은 복음이 인간의 마음에 신선하고 존귀한 영향을 끼치면, 처녀가 방에 물을 뿌려 먼지를 가라앉힌 것처럼 죄가 극복되고 근절된다는 것, 그러한 믿음을 통해 영혼은 깨끗해지고 영광의 왕과 함께 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3) 정욕과 인내
나는 꿈속에서 해석자가 크리스천의 손을 잡고 한 작은 방으로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방에는 두 어린아이가 있었는데, 나이가 많은 아이의 이름은 정욕이었고, 다른 아이의 이름은 인내였다.
정욕은 불만이 가득 차 보였으나, 인내는 아주 조용히 있었다.
크리스천 : “정욕이 불만스러워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해석자 : “저들의 아버지가 내년까지 기다리면 가장 좋은 것들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욕은 지금 당장 그것들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내는 기꺼이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때 나는 어떤 이가 보석가방을 들고 와서 정욕의 발 앞에 쏟아 놓는 것을 보았다.
정욕은 보석들을 집어 들고 즐거워하면서, 한 편으로 인내를 조롱하고 비웃었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 정욕은 그 모든 것을 낭비하고 남은 것은 누더기뿐이었다.
크리스천 :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해석자 : “이 두 아이는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정욕은 이 세상의 인간이고, 인내는 장차 올 세상의 인간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늘 그렇듯이 정욕은 지금 당장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좋은 몫을 내년까지 즉 다음 세상이 올 때까지 참고 기다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손에 잡은 한 마리의 새가 숲에 있는 두 마리의 새보다 가치 있다’라는 속담이 장차 올 세상의 복락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보다 더 권위를 갖는 것이죠.
그러나 당신이 본 대로 정욕은 모든 것을 순식간에 날려 버렸고 결국 누더기 옷만 남았습니다. 이 세상의 물질에만 눈이 어두운 사람은 마지막에 모두 정욕과 같은 처지가 될 것입니다”
크리스천 : “나는 인내가 최고의 지혜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이유는 첫째 그는 가장 좋은 것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고, 둘째 정욕에게 누더기 옷밖에 남지 않을 때 그는 자신의 영광을 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해석자 : “한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이 세상의 영광은 순식간에 없어지지만, 장차 올 세상의 영광은 결코 닳아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욕이 좋은 것들을 먼저 가졌다고 인내를 조롱할 이유가 없습니다. 인내가 마지막에 좋은 것들을 가질 때 그는 그것들을 영원히 보전할 것입니다.
큰 부자에 대한 성경 말씀이 있습니다.
”너는 살았을 때에 좋은 것을 받았고 나사로는 고난을 받았으니, 이것을 기억하라. 이제 그는 여기서 위로를 받고 너는 괴로움을 받느니라’(눅16;25)”
크리스천 : “이제 나는 당장 눈 앞에 있는 것들을 탐내기 보다는 장차 올 것들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해석자 : “당신 말이 옳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의 것과 우리의 육신적 욕망은 서로 긴밀히 통하여 가까운 반면, 장차 올 것과 우리의 육신적인 감각은 서로 원수가 되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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