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천로역정(존번연) 세상 지혜자

by soso한 행복^^ 2023. 11. 10.
728x90
SMALL

혼자 쓸쓸히 걸어가던 크리스천은 자신을 만나기 위해 멀리 평원을 건너오는 사람을 발견했다. 그 신사의 이름은 세상 지혜자였다.

그는 육신의 세속정치라는 도시에서 살았는데, 크리스천이 떠나온 곳에서 매우 가까운 곳이었다.

세상 지혜자는 크리스천을 만나자 그가 크리스천일거라고 어렴풋이 눈치를 챘는데, 그것은 크리스천의 소문이 널리 알려져서 다른 동네에까지 화젯거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세상 지혜자는 크리스천이 힘겹게 걸어가며 한숨을 쉬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서, 그가 크리스천이라 추측하며 말을 걸기 시작했다.

세상 지혜자 : ”그렇게 무거운 짐을 지고 어디로 가는 겁니까?“

크리스천 : ”무거운 짐 ... 참으로 나는 가련한 신세지요!
나는 저 건너 좁은문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거기 가면 내 짐을 벗을 수 있는 길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세상 지혜자 : ”당신은 아내와 아이들이 있습니까?“

크리스천 : ”네, 있죠. 그러나 이 무거운 짐을 진 이후에는 전처럼 그들과 즐거움을 나눌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지금은 가족이 없는거나 마찬가지지요“

세상 지혜자 : ”만약 내가 조언을 해드린다면 들으시겠습니까?“

크리스천 : ”좋은 충고라면 듣겠습니다. 난 지금 조언이 필요합니다“

세상 지혜자 : ”우선 당장 등에 진 짐을 벗어버리라고 말해주고 싶군요.
그러기 전엔 결코 마음의 안정도 얻지 못하고,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베풀어 주신 축복의 은혜도 누릴 수 없을테니까요“

크리스천 : ”이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는 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내 힘으로는 벗을 수가 없고, 내 고장의 누구도 내 어깨에서 짐을 벗겨 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린 대로 이 짐을 벗을 수 있다기에 이 길을 가고 있는 중입니다“

세상 지혜자 : ”이 길로 가면 당신의 짐을 벗을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크리스천 : ”매우 훌륭하고 존경스러운 분이 내게 나타났었는데, 내 기억으로 그분의 이름은 전도자였습니다“

세상 지혜자 : ”나는 그렇게 조언한 그를 저주할 수 밖에 없소.
그가 당신에게 가리켜준 길은 세상 어느 길보다 위험하고 힘든 길입니다.
절망의 수렁의 진흙이 묻은 걸 보니 당신은 이미 어려움을 겪었군요.
절망의 수렁은 그 길로 가고자 하는 이들이 겪어야 할 곤경의 시작일 뿐입니다.
이 길을 계속 가면 피곤, 고통, 굶주림, 위험, 헐벗음, 칼날, 사자들, 용, 뱀들, 어둠 등 죽음 그 자체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많은 증언들로 확인된 사실입니다.
왜 낯선 사람의 말을 듣고 자신을 그렇게 무모하게 내던집니까?“

크리스천 : ”왜냐고요? 당신이 말한 모든 것보다 내 등에 진 짐이 훨씬 더 무서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짐에서 구원받을 수만 있다면 도중에 무엇을 만나든 개의치 않겠습니다“

세상 지혜자 : ”처음에 어떻게 해서 이 짐을 지게 되었습니까?“

크리스천 : ”이 책을 읽으면서부입니다“

세상 지혜자 : ”내 그러리라 생각했소. 모든 유약한 사람들처럼 당신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 너무 높은 일에 열중해서 정신착란에 빠진 것입니다. 그런 정신착란은 사람을 사람답지 못하게 만들 뿐 아니라,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것을 얻으려는 무모한 모험에 뛰어들게 하지요“

크리스천 : “나는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내 무거운 죄 짐을 벗는 것입니다”

세상 지혜자 : “왜 하필 이런 위험이 많은 길에서 그것을 찾으려는 것이요?
내 말을 인내하고 듣는다면 위험없이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내가 가르려 드리리다. 정말이지 방법은 가까이 있고 위험 대신에 안전과 편안과 만족을 얻게 될 것입니다”

크리스천 : “부탁합니다. 그 비밀을 제게 알려 주십시오”

세상 지혜자 : “저쪽 마을(그 마을 이름은 ”도덕“)에 율법주의자라는 신사가 살고 있습니다. 그는 판단력이 뛰어나고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분으로서 당신처럼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이들의 짐을 벗도록 도와주는 기술이 있습니다. 내가 알기로도 많은 사례가 있었고, 게다가 등의 짐 때문에 약간 정신이 나간 사람들을 고치는 기술도 있답니다.
그의 집은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그리고 만일 그가 집에 없다면 예의라는 이름의 그의 아들이 있을 겁니다. 그도 그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답니다.
만일 당신이 옛 고향으로 돌아갈 마음이 없다면 당신의 처자를 불러와 그 마을에서 살 수도 있습니다.
그 마을엔 빈 집들도 있으니 적당한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확신하건대 당신은 정직한 이웃들과 함께 서로 믿고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크리스천은 잠시 망설였으나 세상 지혜자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결론을 내렸다.

728x90
LIST

댓글